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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공보 연재] 기막힌 그 말씀 (10)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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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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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한국기독공보」 인터넷 판 2025년 8월 14일자에 게재된 연재물 [기막힌 그 말씀] <10>(https://www.pckworld.com/article.php?aid=10808181772)을 한국기독공보사의 허락을 받아 옮겨 적은 것입니다.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시 51:1)”, 시편의 대표적인 참회시가 이렇게 시작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는 사람의 마음에서 터져 나온 기도입니다.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는 히브리어로 딱 한 낱말입니다. 현대 히브리어 발음으로는 ‘호네니’, 개역 전통으로 음역하면 ‘혼네니’입니다. 기도하는 사람의 간절한 마음이 이 세 음절 한 낱말에 담겨 있습니다.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시 56:1).” 이는 억울하게 사람들한테서 온종일 괴롭힘 당하는 사람의 첫마디 기도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불쌍히 여겨 우리에게 복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시 67:1)”는 하나님이 복 내려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공동체의 첫머리 기도이기도 합니다.


신약성서에서는 사람들이 예수님께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라고 하면서 매달립니다.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주님, 다윗의 자손님!(마 20:30)” 이렇게 소리친 것은 시각장애인 두 사람입니다. 길 옆에 앉아 있다가 예수님이 지나가신다는 말을 들은 것입니다. 조용히 하라고 사람들이 꾸짖어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더 크게 소리칩니다.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주님, 다윗의 자손님!(31절)” 예수님이 멈춰 서십니다. 이 두 사람을 불러 물으십니다. “그대들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나요?(32절)” 그들이 예수님께 말씀드립니다. “주님, 저희의 눈이 다시 열리게 해 주십시오.(33절)” 예수님이 가슴 아파하십니다. 그들의 눈을 어루만져 주십니다. 그러자 곧바로 그들이 다시 보게 됩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섭니다(34절).


“주님, 제 아들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마 17:15).”라고 외친 아버지도 있습니다. 예수님과 세 명의 제자가 사람들한테 왔을 때입니다.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그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14절). 그러고는 말씀드립니다. “주님, 제 아들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뇌전증에 걸려 몹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여러 번 불 속으로 또 여러 번 물속으로 쓰러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아이를 주님의 제자들에게 데려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고쳐 줄 수 없었습니다(15~16절).” 마침내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그 아이를 나에게 데려오세요. 이리로요(17절).” 예수님이 꾸짖으시자 그 아이한테서 귀신이 나옵니다. 아이가 바로 그 시각부터 멀쩡해집니다(18절).


심지어는 외국인 여자도 예수님께 거듭 소리쳐 말했습니다.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주님, 다윗의 자손님! 제 딸이 심하게 귀신 들려 있습니다(마 15:22).” 이스라엘을 벗어나 티레(두로)와 시돈 지역에서 예수님이 만나신 가나안 여자가 울부짖는 것입니다. 그리스 사람으로, 시리아 페니키아 출신 여자입니다(막 7:26). 그런데 예수님한테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제자들이 다가와서 요청합니다. “그의 소원을 풀어 주시지요. 우리 뒤에서 줄곧 소리치고 있으니까요(마 15:23).” 예수님이 대답하십니다. “나는 오직 이스라엘 민족의 잃어버린 양들에게로 보내심을 받았습니다(24절).” 그 여자가 와서 거듭 엎드려 절하며 말씀드립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25절)” 예수님이 대답하십니다. “자녀들이 먹을 것을 가져다가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26절).” 여자가 말합니다. “예, 주님! 하지만 강아지들도 제 주인의 밥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27절).” 마침내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오, 자매님, 자매님의 믿음이 대단하군요! 바라는 대로 그대에게 이루어지기 바랍니다.” 그러자 바로 그 시각에 그의 딸이 낫습니다(28절).


이처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라는 구약성서의 외마디 기도가 신약성서에서는 예수님께 끈질기게 매달리는 사람들의 기도가 되었습니다. 그 뒤로 2000년이 지나도록 오늘에 이르기까지 온 세상 모든 그리스도인의 기도가 되었습니다. 주기도 다음으로 가장 자주, 가장 많이 그리스도인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가 되었습니다.


한국교회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리스도인들이 모여서 예배할 때 인도자의 한마디 기도마다 회중이 “주님,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로 응답하는 전통이 기독교에 생겨났습니다. 아예 그리스어로 발음하며 노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퀴리에 엘레에손’이 노랫말이 되었습니다. ‘퀴리에’는 ‘주님!’을, ‘엘레에손’은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를 뜻합니다. 한국교회에서는 21세기 찬송가에 처음으로 한국교회 음악가가 작곡한 ‘퀴리에 엘레에손’이 수록되었습니다. 632장이 바로 그 찬송입니다.


“주님,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기도하고 싶지만 기도하는 것조차 힘들어져서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할 때, 이 한마디 기도를 수없이 되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저 간절한 마음으로 부르짖을 수 있습니다. “주님,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의 ‘나를’ 자리에 우리 딸, 우리 아들, 어머니, 아버지, 북한 동포들, 해외 동포들, 한국 교회, 이 나라, 이 겨레,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가자 지역 주민들 등으로 기도의 폭을 얼마든지 넓혀갈 수 있습니다. ‘퀴리에 엘레에손’을 수없이 되풀이하다 보면 마음이 안정됩니다. 주님이 함께하셔서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 주심을 경험합니다. “주님,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박동현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구약학 교수 은퇴, 새한글성경 구약 책임 번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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