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으로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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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4-11-21본문
성경 : 신명기 8장 2-3절
설교 : 김선종 목사(정읍중앙교회)
오늘 이렇게 대한성서공회에 방문하여 아프리카 토고에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예배를 드리게 하신 주님의 은총에 감사를 드립니다.
대한성서공회는 제 학문의 여정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기관입니다. 저의 모교회인 덕수교회의 원로 목사님이 대한성서공회의 이사장직을 역임하셨고, 저는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과 대학원에서 박동현 교수님의 지도 아래 졸업논문을 두 차례 작성하면서 양재동에 있는 성서학 도서관을 자주 방문하였습니다. 지금도 제 집무실 서랍에는 25년 전 사용했던 도서관 출입증이 있습니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구약학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와서 회중 앞에서 ‘성결법전의 땅’이라는 제목으로 가장 먼저 논문을 발표한 곳도 양재동 대한성서공회의 4층 세미나실이었습니다. 신학생 때 성경원문연구를 창간호부터 참조하고 인용했는데, 교수가 되어 그 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하게 되었으니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6년 동안 성경원문연구의 편집위원과 서기로 섬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삶의 영광인 것은 참으로 부족하지만 새한글성경의 번역위원으로 활동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과 섭리로 신학대학교를 떠나 목회를 하게 되어, 많지는 않지만 대한성서공회에 기회가 있을 때면 후원금을 당회의 뜻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마음 한편에서는 저 개인의 은혜를 갚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정읍중앙교회는 1954년 2월 14일에 6.25 전쟁이 끝난 직후 폐허가 된 정읍 땅에 세워진 교회입니다. 공산군의 활동으로 먼 거리를 걸어갈 수 없는 교인들을 위해 정읍의 한 교회에서 분립하여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에는 70년을 기념으로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우물을 건립하는 기금을 헌금하였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먹을 것과 마실 것이 없어 탄식하는 영상을 보며 우리는 하나님이 주시는 생명의 물을 제공하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사실 오늘 우리 교회가 성경을 기증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박학규 장로님이 우물 건립에 큰 감동을 받으시고 저에게 우물 건립이나 그와 유사한 좋은 일에 사용해 달라고 기금을 맡겨 주신 것이었습니다.
그때 제 머리에 떠오른 것이 사람이 마실 물과 먹는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고 하나님이 말씀하셨으니,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을 아프리카에 전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장로님은 한마디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목사님, 모든 것을 목사님께 일임할 테니 마음대로 하십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계기로 이번에 우리 교회의 박학규 장로님과 가정의 귀한 뜻에 따라 아프리카 토고에 에웨어 성경(Ewe Bible)을 보내게 되어 얼마나 큰 영광인지 모릅니다.
구약성경의 출애굽기와 민수기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은 430년 동안 이집트의 노예에서 벗어나 광야를 40년 동안 유랑합니다. 구원의 감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백성은 먹을 것이 없다고 마실 물이 없다고 하나님과 모세에게 불평을 쏟아 부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러한 백성에게 만나와 메추라기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먹여 주셨습니다.
하지만 오늘 신명기 8장에서 모세는 모압 평지에서 가나안 땅을 바라보며 백성에게 유언의 말씀을 전합니다. 만나와 메추라기로 우리의 몸은 살릴 수 있지만, 사람은 떡으로만 사는 존재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유언을 남깁니다. 3400년 전 모세가 유언을 남긴 것처럼 오늘날 아프리카의 척박한 땅, 전쟁과 기근으로 죽음의 위협 가운데 있는 토고에 그들의 영을 살리는 하나님의 말씀이 역사하시기를 바랍니다.
아무쪼록 정읍중앙교회의 성경 기증을 위하여 도움을 주신 대한성서공회의 호재민 총무님과 친절하게 실무를 맡아주신 임원빈 국장님, 저의 오랜 학문의 동료인 이두희 소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대한성서공회의 귀한 사역 가운데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출처 : 위 내용은 2024년 4월 24일, 대한성서공회 용인 반포센터에서 토고 성경 기증 예식 중 전한 설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