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공보 연재] 기막힌 그 말씀 (13)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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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12-16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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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한국기독공보」 인터넷 판 2025년 11월 13일자에 게재된 연재물 [기막힌 그 말씀] <13>(https://www.pckworld.com/article.php?aid=10865053744)을 한국기독공보사의 허락을 받아 옮겨 적은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는 새한글성경에 400번 넘게 나옵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말을 전할 때 앞세우는 말입니다. 이제 내가 말하려는 것은 나의 말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어른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똑똑히 밝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민수기 22장 16절에서는 모압의 높은 관리들이 모압 임금의 말을 발람에게 전하기에 앞서서 “발락 임금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라고 합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의 주어는 대부분 “여호와”입니다. 구약을 읽다 보면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라는 말이 거듭거듭 나옵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늘 말씀해 오셨습니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하나님이 예전에는 조상들에게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이 마지막 때에는 우리에게 아들을 통하여 말씀하셨습니다(히 1:1~2).” 이제 하나님은 그 누구보다도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말씀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이 사람에게 직접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창세기 2장 16절에서 첫 사람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뒤로 이런저런 사람이나 사람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을 시켜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게 하시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모세를 시켜 이집트의 파라오(바로)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모세, 여호수아, 예언자들을 보내어 말 심부름을 하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말씀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는 사람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습니다. 자신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심부름꾼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보내신 곳에 가서 맨 먼저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고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라고 하신 말씀을 그대로 알립니다. 내가 하는 말을 듣는 사람도 내 말을 내 말로 듣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내가 하는 말을, 나를 보내신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으로 듣게 해야 합니다. 내가 하는 말의 권위는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말 심부름을 시키신 하나님한테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똑똑히 밝혀 두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심부름꾼(메신저)으로서 전할 것(메시지)은 하나님이 전하라 하신 말씀이어야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닙니다. 전하라 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나의 말을 함부로 끼워 넣을 수는 없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 나를 보내신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잘 전달하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내 말을 듣는 사람이 혹시라도 나를 신통하게 생각하고 나를 높이다가 정작 나를 보내신 하나님을 잊어버릴까 맘 조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래서 구약 예언서에는 예언자가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 중간중간에 “여호와의 말씀입니다”라는 예언자의 말이 들어 있기도 합니다. “여호와의 말씀입니다”가 365번이나 나옵니다. 예레미야 29장 10~14절이 그런 보기입니다. “(예언자)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 “바빌론에서 70년이 다 차면 내가 너희를 보살펴 주겠다. 그래서 나의 좋은 말이 너희한테 이루어지게 해 주겠다. 너희가 이곳으로 돌아오게 해 주겠다. 내가 여러 가지 계획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너희를 두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다. ‘여호와의 말씀입니다’ 평화를 이루려는 계획이지 재난을 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너희에게 앞날을 허락해 주고 희망을 주려는 것이다. 그러면 너희가 나를 부르면서 나에게로 올 것이고, 나에게 기도할 것이다. 나는 너희의 기도를 들어 주겠다. 너희가 나를 찾으면 나를 만날 것이다. 너희 온 마음으로 나를 찾아와 묻는다고 하자. 그러면 내가 너희를 만나 주겠다. ‘여호와의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의 운명을 바꾸어 주겠다. 내가 너희를 모아들이겠다, 모든 민족한테서부터, 내가 너희를 쫓아내 보낸 모든 곳에서부터! ‘여호와의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를 돌아오게 해 주겠다, 거기로부터 내가 너희를 사로잡혀 떠나게 했던 바로 그곳으로!”
이처럼 원문을 따라 새한글성경 구약성서에서는 사람의 말과 하나님의 말씀을 엄격히 구별합니다. 그런데 이미 처음 교회에서부터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전하지 않고 제 좋을 대로 잘못 써먹는 사람들이 있었던가 봅니다. 그래서인지 신약성서에서는 사람의 말로 하나님의 말씀을 흐리게 하지 않도록 경고합니다. 고린도후서 2장 17절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팔아먹는 저 많은 장사들과 같지 않습니다. 우리는 순수한 사람으로, 하나님이 보내신 사람답게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말합니다(고후 2:17).” “오히려 우리는 숨겨진 부끄러운 일들을 내버렸습니다. 나쁜 꾀를 부리며 살아가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시키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진리를 드러냄으로써 하나님 앞에서 모든 사람의 양심에다 우리 스스로를 추천합니다(고후 4:2).”
박동현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구약학 교수 은퇴, 새한글성경 구약 책임 번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