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공보 연재] 기막힌 그 말씀 (11) "성령의 두루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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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12-16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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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한국기독공보」 인터넷 판 2025년 10월 15일자에 게재된 연재물 [기막힌 그 말씀] <11>(https://www.pckworld.com/article.php?aid=10825115680)을 한국기독공보사의 허락을 받아 옮겨 적은 것입니다.
“그때 여호와께서 기드온에게 성령의 두루마기를 입히셨다.” 이렇게 새한글성경 사사기 6장 34절이 시작합니다. 그 히브리어 문장은 “여호와의 영이 기드온을 옷으로 입으셨다” 정도로 직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사기 6~8장의 흐름에 비추어 보면, 이 문장은 하나님의 일꾼으로 쓰시려고 하나님의 영이 기드온을 온통 사로잡으셨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드온은 이제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하나님이 주시는 힘으로 하나님의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흔히 설교자를 위해 ‘주의 종에게 성령의 두루마기를 입히사’라고 기도하는 전통을 살려, “여호와께서 기드온에게 성령의 두루마기를 입히셨다”로 번역한 것입니다.
여호와의 천사가 기드온에게 나타나 “여호와께서 그대와 함께하십니다, 용감한 사람인 그대!(삿 6:12)”라고 했을 때 기드온은 오히려 원망하듯이 대꾸합니다. “주제넘은 말씀입니다만, 선생님!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는데, 무슨 까닭으로 이 모든 일이 우리에게 닥쳤습니까?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이야기해 준 그 모든 놀라운 일들은요? ‘이집트에서 우리를 올라오게 하신 분은 여호와가 아니시냐?’ 하면서 조상들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여호와께서 우리를 저버리시고 미디안의 손에 넘겨주셨습니다.”(13절) 그러자 하나님이 기드온에게 말씀하십니다. “가라, 네게 있는 이 힘으로! 이스라엘을 미디안의 손에서 구해 내라! 내가 너를 보내는 것이 아니냐?(14절)” 그렇지만 기드온은 선뜻 나서지 못합니다. “주제넘은 말씀입니다만, 주님! 제가 무엇으로 이스라엘을 구해 내겠습니까? 보십시오, 저희 가문은 므낫세 가운데서 가장 보잘 것 없습니다. 게다가 저야말로 저희 아버지 쪽 집안에서 가장 작은 사람입니다(15절).” 하나님이 격려의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내가 너와 함께할 것이므로 네가 미디안을 물리칠 것이다. 마치 한 사람을 물리치듯이(16절).” 그래도 기드온은 증표를 요구합니다(17절). 하나님이 천사를 통해 증표를 주시고 다시 한번 격려의 말씀을 해 주십니다(18~23절).
여호와를 위한 제단까지 만들었지만(24절) 기드온은 여전히 용기를 내지 못하고 밤이 되어서야 바알 제단을 무너뜨립니다(25~27절). 이 사실이 드러나 사람들이 기드온을 죽이겠다고 했을 때 그의 아버지가 나서서 막습니다(28~32절). 미디안을 비롯한 외적들이 쳐들어와 진을 치고 있는(33절) 그때 여호와께서 기드온에게 성령의 두루마기를 입히셨습니다! 기드온이 더는 꽁무니를 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나섭니다. 싸우러 나갈 사람들을 모읍니다(34~35절). 그러고도 자신이 없어서 하나님께 두 번이나 더 증표를 구하여 응답 받습니다(36~40절). 그 후 여호와의 영을 의지하고 나아가 마침내 외적을 물리칩니다(7~8장).
하나님이 사람에게 성령의 두루마기를 입혀 주셨다는 기록이 구약성서에 두 번 더 나옵니다. “하나님이 그 30명의 우두머리인 아마새에게 성령의 두루마기를 입히셨다…(대상 12:18).” 아마새는 다윗을 도운 장수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유다 임금 요아스 시대에 하나님이 여호야다 제사장의 아들 스가랴에게 성령의 두루마기를 입히시자, 그가 백성 위로 높이 서서 외칩니다. “하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째서 너희는 여호와의 명령을 어기고 있느냐? 그래서 잘못되는 것이다.’ 여러분이 여호와를 버려서 여호와도 여러분을 버리신 것입니다(대하 24:20).”
이처럼 구약성서 세 군데에 쓰인 히브리어 동사를 새한글성경에서는 ‘옷 입히다’로 번역합니다. 이에 상응하는 신약성서 그리스어 동사는 주어가 사람이고 한결같이 중간태입니다. 중간태는 주어가 자신과 관련되는 방식으로 행동하거나 자신에게 속하는 무엇에 영향을 주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표현합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을 옷으로 입다”로 번역됩니다. “오히려 주 예수 그리스도를 옷으로 입으십시오. 육신에 마음 쓰다가 욕망을 채우는 일에 빠지지 않도록 하십시오(롬 13:14).” “여러분 가운데서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다 그리스도를 옷으로 입었기 때문입니다(갈 3:27).” 온전히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행동하고 살아가는 것을 ‘그리스도를 옷으로 입다’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무엇을 옷으로 입다’라는 표현은 신약성서에 몇 번 더 나옵니다. “또한 새사람, 곧 하나님을 따라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으로 창조된 사람을 옷으로 입어야 합니다(엡 4:24).” “새사람을 옷으로 입었으니까요. 새사람은 완전한 앎에 이를 때까지 자기를 창조하신 분의 모습을 따라 계속 새로워집니다(골 3:10).” “그러므로 여러분은 하나님이 선택하신 거룩한 사람, 사랑받은 사람답게 이런 것들을 옷으로 입으십시오. 가엾게 여기는 마음,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 다정함, 완전히 낮은 자세, 온유함, 참을성을요(골 3:12).” “우리야말로 낮에 속한 사람들이니까 정신을 맑게 합시다. 믿음과 사랑을 가슴갑옷으로 입고, 구원의 희망을 투구로 씁시다(살전 5:8).”
박동현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구약학 교수 은퇴, 새한글성경 구약 책임 번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