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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의 말씀 (창세기 12:1~4) - 김동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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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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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 이에 아브람이 여호와의 말씀을 따라갔고 롯도 그와 함께 갔으며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에 칠십오 세였더라(창세기 12:1~4)

미국의 정신 분석가이며 사상가로서 작년에 작고한 「에리히 프롬」(Erich From)은 인간을 가리켜 “호모 에스페란스”(Homo Esperans)라고 했습니다. “희망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동물은 과거의 경험과 관습에 의해서 살아가지만 인간은 내일을 꿈꾸며 무엇인가 이루어 보려는 성취욕구와 함께 살아갑니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성공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무엇이 성공이냐 할 때 선뜻 대답하기가 망설여집니다.

성공은 붙잡히는 것이 아니고, 생활 속에 이루어지는 느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인간은 두 가지의 느낌 중에서 성공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하나는 소유의 욕구가 충족될 때 성공의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한편 소유는 못할지라도 창조의 욕구가 충족될 때 느껴지는 성공의식이 있습니다. 자신의 헌신과 노력을 통해 새로운 것이 발견되거나 발명될 때 또는 새로운 역사의 장이 펼쳐질 때 느껴지는 성공의식입니다.

실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만드실 때 소유적인 인간으로 만드시지 않으시고, 창조적인 인간을 만드신 것입니다. 창세기 1장 27절 이하에 보면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인간을 만드시고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다스리라”고 인간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창조주이신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인간은 모든 피조물을 활용하여 창조적인 삶을 삶으로써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선악과를 따먹는 데 급급했습니다. 창조보다는 소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급급한 나머지 삶 자체를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인간은 숱한 죄악과 더불어 불안과 염려, 시기와 다툼, 수고와 고통의 어둠속에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인간은 소유적인 삶에서 창조적인 삶으로 전환하여 보다 밝은 내일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이 전환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에리히 프롬」은 이 전환을 가리켜 혁명적 전환 또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불렀습니다.

창세기 12장에 보면 소유적인 삶에서 창조적인 삶으로 극적인 전환점을 가진 한 인간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아브라함입니다. 아브라함은 원래 메소보다미아 북부 갈대아 우르 지방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유브라데스강과 티그리스강이 흐르는 비옥한 땅이 있는 곳이어서 고대 중동문명의 중심지였습니다. 아브라함의 아버지는 부유한 족장이었습니다. 갈대아에서의 아브라함의 삶은 소유적인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땅을 더 사고, 재산을 모으고, 아내를 얻고, 가정을 이루는 등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만족한 생활이었을지 모릅니다. 이러한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왔습니다. 하나님의 부름을 들었습니다. 이 순간부터 아브라함은 새로운 소망을 가지고 새로운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믿음의 조상으로서 복의 근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하나님의 말씀의 놀라운 능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첫째, 말씀은 인간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주고, 새로운 삶을 갖도록 합니다. 창세기 12장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1절)”는 말씀이 들려 왔을 때 “이에 아브람이 여호와의 말씀을 따라갔고…”(4절)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인간으로 하여금 현재의 안일한 자기중심의 삶에서 일어나 내일을 향해 삶의 목적을 갖추도록 합니다. 즉 “어떻게 사느냐”에서 “무엇을 위해 사느냐”의 삶의 자세를 갖도록 합니다.

둘째, 말씀은 인간으로 하여금 “복의 근원”이 되게 합니다.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2절)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복의 소유자에서 한걸음 나아가 “복의 근원” 곧 복의 기여자가 되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삶의 자세입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라”(막 10:45). 남을 위해 자신을 줄 수 있는 삶을 갖추도록 하는 힘이 하나님의 말씀 속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부름에 순복한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으로서 길이 복의 근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셋째, 말씀은 인생으로 하여금 절망 속에 좌절하지 않게 하고 희망 속에 믿음을 키워나가게 합니다. 하나님께서 갈대아 지방을 떠나 “지시할 땅”으로 가라 했을 때 아브라함의 나이가 75세였고, 그의 아내 사라의 나이는 65세였습니다. 슬하에는 자식 하나 없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황혼기에 도달한 사람들입니다. 모든 면에 희망을 포기한 채 죽을 날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왔을 때 인생의 새 봄을 꿈꿀 수 있었습니다. 새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라는 시편의 노래처럼 아무리 캄캄한 인생행로일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은 인생의 길을 밝게 비춰 줍니다.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절망할 수밖에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지게 합니다.

(출처: <성서한국> 1982년 6월 30일 28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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