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영성의 관점에서 본 『새한글성경』
페이지 정보
작성일2025-09-22관련링크
본문
기독교영성은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하나님 경험과 그로 인한 삶의 변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기독교영성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인 영성형성(Spiritual Formation)은 기독교인이 그리스도를 닮아가며 영적으로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일컫는 표현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영성형성을 위해, 은혜의 방편으로 많은 영성훈련 방법들을 알려 주셨습니다.
가장 중요한 영성훈련 중 하나가 바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순종하는 것입니다. 날마다 성경 본문을 반복해서 읽고 암송하며 묵상하다가 깨달은 것을 실천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것은 기독교인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성훈련입니다. 기독교인의 영성형성에 성경 읽기와 묵상이 중요한 만큼, 오늘날의 기독교인들이 잘 이해할 수 있고 편안하게 느끼는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새한글성경』은 그 번역 취지대로 한국교회의 다음 세대가 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기독교 전통에서 오래된 성경 묵상 방법으로 ‘거룩한 독서’가 있습니다. 거룩한 독서에서 소개하는 묵상 방법은 ‘① 읽기 – ② 묵상하기 – ③ 기도하기 – ④ 바라보기’의 네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성경 본문을 반복해서 읽다가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 한 구절을 선택하여 깊이 묵상합니다. 그리고 묵상을 통해 깨달은 것을 하나님께 말씀드린 후, 하나님의 임재 안에 고요히 머무르면서 마음의 눈으로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특히 『새한글성경』으로 반복해서 읽을 때 묵상으로 쉽게 이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가장 가깝게 번역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본질에 충실하며, 문학적으로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번역이라는 점도 그 이유입니다.
저는 기독교영성 교수로서 신학생들의 영성형성에 도움이 되도록 모든 수업을 시작할 때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집니다. 신학대학원 1학년 1학기 <영성형성> 수업 시간에는 시편을, 다른 선택 과목 수업에서는 복음서나 서신서를 함께 읽고 묵상합니다. 또한 3박 4일간의 침묵 영성수련을 인도할 때에도, 제가 성경을 반복해서 읽어 주고 묵상을 안내합니다. 『새한글성경』이 출판된 이후로는 『새한글성경』으로 읽고 묵상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새한글성경』은 문장의 호흡이 짧아 가독성이 좋습니다. 성경 묵상은 말씀을 소리 내어 읽는 데서 시작하기에 문장의 길이가 독자에게 무척 중요합니다. 한 문장의 길이가 길면 낭독자가 호흡을 조절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새한글성경』의 문장은 호흡에 맞춰 소리 내어 읽기가 좋고 편안합니다.
둘째, 『새한글성경』의 시편은 문학 갈래의 특징과 운율이 살아 있어 교독하기에 적합합니다. 교독은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한마음으로 고백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공동체성을 북돋아 줍니다. 공동체 예배 중 『새한글성경』으로 시편을 소리 내어 교독하면 그 감동을 더욱 느낄 수 있습니다. 한 구절씩 번갈아 읽거나, 각 구절을 절반으로 나누어 교독하면 됩니다.
셋째, 『새한글성경』에서 존댓말을 사용하시는 예수님은 더 가깝고 친근한 분으로 느껴집니다. 기독교영성의 관점에서 복음서를 묵상하는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예수 그리스도는 높은 위치에서 자비를 베푸시는 분으로 다가왔으나, 『새한글성경』의 예수님은 우리 곁에서 우리를 존중하시며 사랑하시는 분으로 다가옵니다.
저는 신학생들이 『새한글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면, 앞으로 목회와 사역 현장에서 『새한글성경』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