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 -신약성서의 번역 특징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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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12-03본문
김창락(『새한글성경』 신약 책임번역자)
흔히 정치를 빗대어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을 ‘언어는 생명이다’라고 바꾸어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언어라는 것 또한 시대를 따라 끊임없이 변합니다. 쓰이지 않는 낱말들은 폐어가 되어 사라지기도 하고, 또 새로운 낱말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 시대의 언어라도 사용하는 사람들의 교육 수준, 사회적인 위치, 직업 등에 따라서 그 언어의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렇기에, 아무리 완벽한 번역이라고 해도 그것이 영원불변한 번역으로 남아 있을 수 없습니다. 언어의 변화에 맞추어 새롭게 성경을 번역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언어의 변화뿐만 아니라 1960년대 후반 이후 ‘디지털 혁명’으로 인한 매체의 변화도 이번 『새한글성경』 번역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0년부터 발간되기 시작해 2021년에 완역된 독일의 <바시스비벨>은 이런 언어와 매체의 변화를 성경 번역에 반영한 좋은 보기입니다. 휴대폰과 같이 작은 디지털 기기로 보기에 적절하게끔, 산문도 시처럼 행을 바꾸어 번역한 아주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이에 따라 『새한글성경』의 주요 번역 원칙을, 디지털 세대에 맞게 문장을 짧게 끊고 가능하면 50자 내외 16어절 정도로 번역하는 것으로 세웠습니다. 고린도전서의 서두는 이를 반영하여 발신인, 수신인의 이름과 인사말을 의미 단위로 끊어서 번역하였습니다.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
고린도전서 1:1-3
1 바울입니다. 하나님의 뜻으로 그리스도 예수님의 사도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입니다. 나와 형제 소스데네가 2 코린트에 있는 하나님의 교회에 이 편지를 보냅니다. ... 3 은혜와 평화가 여러분에게,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님으로부터 내리기를 빕니다!
대화체도 새롭게 번역하였습니다. 대화문은 상황에 맞는 입말로 옮기며, 한국어 어법에 맞는 높임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 중에서도 대중에게 하시는 말씀은 격식체인 하십시오체를, 열두 제자와 같이 친밀한 사이에 하시는 말씀은 해요체와 친밀어를, 적대자에게 하시는 말씀은 하오체를 사용하였습니다.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
[예수님 → 대중]
마태복음 1:17
그때부터 예수님이 선포하여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회개하십시오! 하늘나라가 가까이 와 있습니다!”
[예수님 → 제자]
마태복음 10:8
아픈 사람들을 고쳐 주세요. 죽은 사람들은 일으켜 살려 주세요. 심한피부병 앓는 사람들을 깨끗하게 해 주세요. 귀신들을 쫓아내세요. 그냥 받았으니 그냥 주세요.
[예수님 → 적대자]
마태복음 12:34
독사의 자식들! 당신들이 악한데 어떻게 선한 것들을 말할 수 있겠소? 사람은 마음에 흘러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기 때문이오.
서신서의 경우에도 교회에 보내는 편지와 개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마침꼴을 달리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로마 교회에 보내는 편지인 로마서는 하십시오체를 사용하였으나, 디모데전후서, 디도서와 같이 바울과 친밀한 사이에게 보내는 편지는 친밀감을 살리면서도 목회자인 상대방을 존중하는 하게체를 사용하였습니다.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
로마서 1:1
바울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이 부리시는 종입니다.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복음을 위해서 따로 구별된 사람입니다.
디모데전서 1:1-2
1 바울이네. 그리스도 예수님의 사도라네. 우리의 구원자 하나님과 우리의 희망 그리스도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사도가 되었지. 2 디모데에게, 곧 믿음 안에서 나의 참된 아들인 그대에게 이 편지를 보내네. 은혜, 한결같은 사랑, 평화가 하나님 아버지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님으로부터 내리기를 비네!
젊은 세대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표기를 쉽게 고친 부분도 많습니다. 한자를 모르고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한자어 대신, 보다 쉬운 한자어나 순우리말을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속량’ 대신 ‘풀어 주심’으로, ‘유월절’ 대신 ‘넘는명절’으로 번역하는 식입니다. 그리고 숫자 표기도 어색하거나 불가능하지 않는 한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여 가독성을 높였습니다.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
마태복음 13:8
다른 것들은 좋은 흙 위에 떨어졌고, 열매를 맺었습니다. 어떤 것은 100배, 어떤 것은 60배, 어떤 것은 30배나 맺었습니다.
마태복음 20:15
어떤 사람에게는 5달란트를, 어떤 사람에게는 2달란트를, 또 어떤 사람에게는 1달란트를 주었습니다. 저마다 그 사람의 능력에 따른 것이지요. 그러고는 먼 길을 떠났습니다.
고유명사 번역은, ‘베드로’와 ‘바울’처럼 너무나 익숙해진 말은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의 음역을 존중하되, 초·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 있는 말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 규정을 따랐습니다. 특히 그리스어 원어에서 지명이 ‘-아’로 끝나는 점도 고려하여, ‘가이사랴’는 ‘카이사르 황제에게 바치는 도시’라는 그 뜻을 살려 ‘카이사레아’로, 지방 이름인 ‘갈릴리’도 ‘갈릴래아’로 번역하였습니다.
가이사랴 → 카이사레아
갈릴리 → 갈릴래아
마게도냐 → 마케도니아
수리아 → 시리아
애굽 → 이집트
우리 삶의 기초와 토대가 되는 귀한 성경 말씀이 이번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 번역을 통해서 디지털 세대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읽히고, 또 하나님께로 나아오는 귀한 통로로 쓰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