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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되게 하소서 (요한복음 17:11) - 정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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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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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 더 있지 아니하오나 저희는 세상에 있사옵고 나는 아버지께로 가옵나니 거룩하신 아버지여 내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저희를 보전하사 우리와 같이 저희도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요한복음 17:11)

  “하나가 되게 하옵소서.” 이 기도는 지상 생활을 거의 마치려는 무렵에 드린 예수님의 간절한 기도의 제목입니다. 또 예수님은 승천하시기 직전에 제자들에게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고 하셨습니다. 주님은 공생애를 마치기 전에 유언과도 같은 위의 두 가지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하나는 하나가 되라는 일치에 관한 말씀이고, 또 하나는 주님의 증인이 되라는 선교에 관한 말씀입니다.

  한국교회는 지난 한 세기 동안에 두 번째 위임사항인 증인의 책임은 비교적 성실히 지켜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첫 번째 분부이신 하나되는 일에는 실패했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지니고 있는 가장 크고 아픈 문제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분열이요, 분파주의입니다. 온 세계가 지금 운명을 같이 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이 역사적인 전환기에 있어서 하나의 세계를 바라는 의지는 만민의 공통된 이념이요, 세계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한국교회는 그렇지가 못합니다.

  그러나 하나의 세계는 먼저 우리의 마음이 열리고 마음이 하나될 때부터 시작됩니다. 마음을 열지 않고서는 세계의 질서도, 인류의 평화도, 교회의 일치와 연합도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바울은 빌립보 교인들에게 하나되는 길을 제시하면서 “너희는 먼저 주 안에서 마음을 같이 하고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여 한 마음을 품으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계층이 공존하는 환경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것들이 ‘하나의 뜻’을 위해 조화를 이루고 협력을 할 때 놀라운 힘이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저런 많은 연합기관을 조직하고, 규약을 만들고, 인물을 배치합니다. 그러나 이런 가시적인 활동만으로는 연합운동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입니다. 마음과 사랑과 뜻의 내적 일치가 없이는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연합운동은 먼저 우리의 마음이 통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바울은 하나가 되는 길을 가르치면서 ‘다툼이나 허영’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다투면 경쟁심이 생기고, 경쟁심이 커지면 승부욕이 조장되어 자기집착에 빠지게 됩니다. 이런 자기의 주관적인 고정관념이 굳어지면 자신을 비울 수가 없고, 자기를 비우지 못하면 상대방을 포용할 수 없게 됩니다. 그 때는 연합정신을 잃게 됩니다. 예수님은 자기를 비워 인간의 몸을 입으셨습니다. 그러므로 온 인류를 포용할 수 있었고 반역하는 죄인들을 구원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성서한국>1994년 9월 40권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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