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을 만나다
새터민 대학생들도 말씀을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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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12-12본문
-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 번역에 감사하며 -
박인희(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강사)
2021년 11월, 대한성서공회에서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이 출판되었다는 소식에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새로운 성경이 꼭 필요한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사 년 전부터 이화여대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성경 공부를 하는 새터민 친구들입니다. 이 친구들과의 만남은 처음에는 영어 성경 공부로 시작되었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이화여대에 들어와 남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던 이 친구들에게 당시 가장 큰 어려움은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었습니다. 남한 친구들도 쉽지 않은 영어 수업이 새터민 친구들에게 힘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섬기고 있는 이화여대 대학교회에서 새터민 친구들과 영어 공부도 하고 성경 공부도 하는 작은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부를 하다 보니 친구들에게 때로 영어 성경보다 우리말 성경이 더 어려운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기존의 성경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와 문장을 사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개역 성경이 익숙한 저와 같은 신앙인들에게는 한문 투가 적당히 섞인 우리 옛글 성경이 왠지 정겹습니다. 성경의 고어적인 표현들은 어릴 적 고향 교회의 어르신들을 떠오르게도 하고, 옛 신앙의 선조들에 대한 아련한 향수마저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새터민 친구들에게는 이런 옛글 성경들이 오히려 잘 와닿지 않았던 것입니다. “같은 한국말인데도 성경책은 어려워요.”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문화적 차이나, 또는 고대세계에 관한 지식이나 유대 역사를 잘 몰라서 그러려니 짐작했는데, 정작 친구들의 문제는 성경의 언어 자체에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것은 남한의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 이상 옛 성경 역본들이 정답게 느껴질 수 없었고, 자칫 고루하거나 심지어 고압적으로 느껴지는 어투들은 오히려 성경을 멀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었습니다. 고민이 깊어지던 때,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은 바로 제가 찾던 성경이었습니다. 특히 존칭을 사용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보다 본래의 예수님의 모습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새터민 친구들은 물론, 제 강의를 들었던 외국 유학생들에게도 이 성경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한 중국 학생은 서양 역사를 공부하다가 혼자 성경을 읽고 회심하여 기독교인이 된 친구였는데 이 책을 받고 아주 기뻐했습니다. 유난히 어학 실력이 좋았고, 신앙심도 깊었지만, 이 친구도 한국말 성경책은 어렵다고 했습니다. 특히 시편은 우리 옛말의 운율과 가락을 모르고서는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워 한국말로 된 성경은 거의 읽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로 된 좋은 성경을 선물하고 싶었던 차에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은 참 좋은 선물이 되었습니다. 이 친구는 지난여름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스코틀랜드로 유학을 가면서 이 성경을 소중히 챙겨 갔습니다.
처음에는 영어 성경 공부로 신앙생활을 시작했던 우리 새터민 친구들은 지금은 저 없이도 자체적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서 성경을 읽는 모임을 벌써 이 년 가까이 이어 가고 있습니다. 성경을 읽으며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도, 못 만나는 슬픔도, 한국 사회에 적응하느라 지친 마음도 견디고, 학업의 고달픔도 저녁에 조용히 모여 성경을 읽으며 이겨냅니다. 그러던 가운데 몇몇 학생들은 벌써 졸업도 했고, 원하던 회사에 취업도 했습니다. 서로 말씀으로 격려하며 대학 생활을 해나가는 우리 새터민 친구들의 아름다운 삶을 보며, 저는 여기가 하나님의 나라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번 중간고사 기간에는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 디지털 링크로 편리하게 성경을 보고 있습니다. 어디서나 아무 때나 주님의 말씀을 읽으며, 새로운 인생길을 걸어가는 우리 새터민 친구들에게 『새한글성경 신약과 시편』이 좋은 동반자가 됨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