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 또는 '육체'라고 번역한 헬라 낱말은 본질적으로 그 뜻의 폭이 우리말보다 더 넓다. 육체는 우선 영육의 단일체인 사람 전체를 가리킨다. 그리하여 남자와 여자가 서로 합하여 ('한 몸'일 뿐만 아니라) '한 육체'가 되었고(
창2:24), '모든 육체'는 모든 사람을 뜻한다(
욜2:28의 '만민', 그 난하주 참조). 비유적인 뜻으로 '육'이 가리키는 것은 다음 두 가지이다.1. 지상의 영역, 인간의 영역, 덧없이 사라질 몸의 영역(이를테면
사40:5-6).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셨을 때 그는 이런 영역에 들어오신 것이다(
요1:14;
롬8:3). 지상의 영역과 대조되는 것은 '영'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하는 하나님의 영역이다(
롬1:3-4;
딤전3:16;
벧전3:18). 여기서 육과 영의 대립은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의 행동을 하신 두 영역(이자 단계)을 표현한다.2. 이와는 달리 사람이 생각하고 뜻하고 행동하는 것이 하나님과 하나님의 뜻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지상적이고 인간적이되 너무나 인간적인 것, 곧 죄에 의해 결정될 따름이라는 과정을 바울이 '육'이라는 개념으로 묘사할 때, '육'은 부정적인 성격을 띤다(
롬8:1-17;
갈5:13-6:2;
엡2:3;
빌3:3-4). 여기서 육은 영과는 반대로 죄가 사람과 사람의 지체를 사로잡아 사람의 '육'이 바깥에서 들어온 힘처럼 사람의 전 존체를 결정하고 사람을 죽음 가운데로 이끈다는 사실을 묘사한다(
롬7:5-25). 이와는 반대로 '영'은 - 그 영을 통하여 하나님은 사람에게 개입하셔서 사람을 건지신다 - 사람이 사랑과 자제 가운데 행동하게 하고 사람을 영생으로 이끈다.